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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미술관 전체를 감싸고 있는 5,036장의 파이어드 페인팅(Fired Painting)을 시작으로 과학과 예술, 교육, 산업의 협력을
통한 건축도자(Architectural Ceramic) 분야의 미래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클레이아크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건축도자 분야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현대 도자와 과거 건축 장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 기와등의 고도자로 나눈 클레이아크
소장품은 서로 다른 장르와 조화롭게 융합하여 고유의 분야에서 부딪히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창조적인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대의 흐름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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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인산수 Landscape / Lovers ㅣ 자크 코프만
분류코드 현대도자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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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년도 : 2015
⋅ 규격(cm) : each 45×45×5, 3pcs
⋅ 재료 및 재질 : ceramics
⋅ 출품전시 : 자크 코프만 Jacques Kaufmann
⋅ 취득방법 : 기증
⋅ 소장년도 : 2015
 
 
사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다. 이 세상을 하직할 용기가 없어 차마 죽지 못해 붙어있는 숨을 껄떡거릴 때면,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에도 사로잡힌다. 모든 인간은 하얗고 투명한 액체 속 3억 마리와의 생존경쟁을 뚫고 세상에 태어나지만, 마무리는 숯과 같은 검은 재가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이 작품을 접하고 본능적으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성교행위가 생각이 났다가, 그렇다면 그 수위를 19금, 29금, 어느 정도까지 조절하여 에로틱하게 써야할 지도 고민했다. 글로 욕구불만족을 해소해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작가가 단순히 오르가즘에 기반한 카오스 상태에서의 성적인 욕구를 표현했다고 하면 너무나 1차원적이고, 평을 하는 나 자신이 따분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나름의 의미 재부여를 하는데 몇날며칠 동안을 머리를 싸맸다. 작가가 표현한 것의 숨은 의미가 무엇일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과정을 통해 머리에 쥐가 내리는 듯, 글로 아이를 낳는 기분을 느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연인산수>이다. 작품을 ‘연인’이 나누는 사랑의 측면과 ‘산수’의 일반적인 형태적 특징으로 구분지어 논하려 한다. 먼저, 작품 공통의 특징을 살펴보면 외부적으로 조형토를 이용한 직육면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색은 검정색과 하얀색 두 가지인데, 하얀색은 유약을 바른 듯 윤기가 나는 것과 시멘트 같은 거친 피부를 보유한 것으로 나뉜다. 도자위에 홈을 파내어 그림을 그리듯 표현하였다. 바깥 주변의 모습은 산과 계곡, 나무의 모양을 형상화하여 자연의 모습을 취하고 있으나 작품의 정중앙부로 들어가면 연인이 새로운 생명탄생을 위해 성교행위를 하는 모습이 표현된다. (혹자는 ‘작품을 저급하게 보고 성교행위를 떠올리다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이 땅위에 숨 쉬고 있는 모든 존재는 이런 행위를 통해 탄생한 것이므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부끄러워하고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자체에 대해 심각한 물음표를 던져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형상화된 모습을 보고 또 보고 수십 번은 더 보았다.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여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하고 싶지는 않다. 성적구별 없이 누군가가 누워있고, 상대되는 성의 사람이 올라타고 성교하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올라타 있는 사람의 가슴부분을 보면 아주 작게 연인이 서로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나온다. 단순히 성적욕구를 해소하고 자위를 하기 위한 행위가 아님이 명백히 밝혀짐과 동시에, 연인의 사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생명들의 탄생을 예견하는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전제로 한 연인들이 키스하는 무늬모양은 작품의 곳곳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듯 2~3개씩 발견된다.
 
故 김광석의 노래제목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처럼 연인이 사랑을 나누거나 성교행위를 하는 것은 행복한 일임과 동시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특히 성교행위는 사랑을 넘어선 새로운 생명탄생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고, 두 당사자의 사후에 이 세상에 존재할 생명의 대를 잇는 일이기도 하다. 하얀색은 생명력 있는 액체를 통한 새로운 생명탄생을 의미하고 검은 재는 자연으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고 표현했지만, 사후에 남겨진 자손이 같은 행위를 반복함으로 인해 연인의 사랑을 통한 생명 번식이 영속성과 지속성을 지녔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가슴 안의 또 다른 연인의 모습은 마치 액자구성과도 같은데 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듯도 하다. 아이유의 노래 <마음>에서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라는 가사가 스쳐 지나가는 것은 괜한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한편, 끊김 없이 어디론가 맞닿아지고 이어진 파임낸 여러 줄의 모습을 통해서 상반부는 수풀이 우거진 자연산림의 모습을, 하반부는 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강이 모여 바다가 되는 물의 생명력을 표현하였다. 특히 연인 중 바닥에 누워있는 듯한 사람의 엉덩이 부분은 큰 기암괴석의 모양을, 팔로 머리로 추측되는 부분을 감싸는 모습은 큰 물줄기가 바위 사이를 비집고 ‘콸콸콸’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얼핏 보면 사람이 자연 같아 보이고 자연이 사람 같아 보인다. 산수 곳곳에서 연인들이 데이트하며 키스하는 모습을 표현하려 한 듯도 하다. 『삼국사기』의 온달설화 모티프를 배경삼아 1936년에 최인훈이 만든 희극 제목, 그리고 1970년에 김환기가 그린 유화의 제목이자, 1980년대 대학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누린 유심초의 노래 제목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역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작품은 흡사 사극을 통해서 본 근대의 왕실의 모습과도 같아 보인다. 수풀로 우거진 모습은 화려한 왕의 침실 모습 같아 보이고 물성을 드러낸 바닥은 이리저리 뒤엉킨 이불과도 보인다. 왕위계승을 위해 밀실에서 자신들의 대를 잇기 위한 후궁들의 죽고 쫓기는 노력의 흔적을 생각해보면 나만의 과도한 망상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암투가 어디에선가 지금도 벌어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일부 수뇌부의 문란한 행위도 직시하게 된다. 위 문단에서 애써 ‘정액’을 하얀 액체정도로 에둘러 순화하였다.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던 어떤 선배가 최종면접에서 자신을 웃겨보라던 면접관의 질문에 ‘정치인과 정자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라고 물어보았더란다. 이내 ‘인간이 될 확률이 일만 분의 일’이라고 이야기하니 상대가 어이없이 웃더니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혹자는 연인들이 사랑을 나눈 모습으로 별 걸 다 갖다 붙인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 작품이 현재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와 노력을 요구하는지 해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는 미술관에 근무하는 우리들의 사명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 피스인 이 작품은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비로소 의미부여를 할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작품을 거꾸로도 메달아도 보고 뒤집어 보려고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제목에도 집착하게 되었다. <연인산수>의 ‘연인’를 뒤집어 보면 ‘인연’이 된다. 작품이 단순히 남녀 연인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표현해 놓은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네모난 틀은 가정과 사회를 의미하고 복잡하게 연결된 파임낸 무늬들은 그 안에서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애증의 과정을 표현하며, 천년만년 떵떵거리고 살 것 같지만 하얀 뼈만 남아 검은 재가 되어 ‘無(무)의 세계’로 되돌아가는 무력한 우리들 말이다. 젊은 연인들이 부모가 되어 물려준 각자의 개인들이 모여 좋은 싫든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표현은 ‘살다’와 ‘가다’의 기본형 단어가 모인 합성어이다.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살리니 죽이니, 좋니 싫니, 미우니 고우니 해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니, 서로 너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인연을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마음방역을 하고 포용해야할 이유를 이 작품이 가르쳐주고 있다.
 
- 작품리뷰 by 허동규, 장근, 김진숙
상기 텍스트는 제2차 비평연구모임 결과물로 작성되었습니다.
 
 
자크 코프만 (Jacques Kaufmann / France, 1954)
자크 코프만은 모로코 태생으로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도자 작가로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스위스 브뵈 응용미술학교 도자공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난 40년간 벽돌, 기와 등과 같은 건축도자 매체를 작품의 주요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건축도자가 가진 예술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실현시켜 온 작가이다. 특히, 도자 매체에 대한 섬세한 실험들을 통해 도자의 재료적 본성을 탐구하고, 그로부터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 내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도자 작업 과정에서 "Nature"(자연, 본성)의 문제에 끊임없이 접근하고자 하였는데, 그러한 시도는 흙, 불, 물, 공기 등 자연의 속성과 작용, 그리고 그것들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 지는 특수한 효과를 통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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